성장주 하락세에 대체 투자로 떠올라
3개월 동안 18% 넘게 오른 종목도

한동안 저조한 수익률로 투자자의 외면을 받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상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강도 높은 긴축에 성장주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자 투자자들이 배당금 등으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리츠에 관심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다. 연초 대비 18% 넘게 상승한 상품도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SR켄달스퀘어리츠(6,930원 ▼ 10 -0.14%)는 지난 1월 저점(5590원)과 비교해 24% 넘게 올랐다. 코람코에너지리츠(6,790원 ▼ 10 -0.15%), 제이알글로벌리츠(5,700원 ▲ 10 0.18%)도 지난 1월 저점을 기록했을 때보다 각각 10%씩 올랐으며, 롯데리츠(5,740원 ▲ 0 0%)는 같은 기간 12% 상승했다. 이들 종목들은 지난 7일 코스피지수가 2700선이 무너지는 등 국내 증시가 하락했음에도 상승 마감했다. 제이알글로벌리츠와 신한서부디엔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등은 이달 들어 최고가를 경신했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 수익과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얻은 이익을 배당으로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리츠 상장지수펀드(ETF)는 주요 리츠를 자산으로 담은 것을 말한다.

상장 리츠는 고배당 매력이 있는 대신 주가 변동폭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연초에는 대외 이슈 등으로 경기가 침체하자 임대 사업이 타격을 입어 배당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주가가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연준이 ‘빅스텝’을 시사하며 강도 높은 긴축을 할 것이라는 소식에 그동안 고공행진 했던 성장주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자 투자자들이 리츠를 다시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음에도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에 ‘6만 전자’에 갇혀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3개월 사이 각각 15.8%, 14.4% 떨어졌다.

리츠주들은 인플레이션 시기 헤징(위험 회피)을 위한 옵션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은행 예금 및 적금 상품보다 높은 연 4% 이상의 배당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리츠 중에서도 리오프닝과 관련된 리츠를 추천했다. 미 연준의 긴축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아직 남아있다는 분석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리두기가 전세계적으로 완화되고 있어 호텔, 리조트, 오피스 등 리오프닝 리츠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환경 하에 리츠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고 임대료가 인상되면 리츠의 이익 증대가 발생한다”면서 “과거 고물가 환경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왔던 호텔·쇼핑센터·오피스 등 경기 민감 리츠 섹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홍 연구원은 이어 “다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현상이 발생한다면 리츠의 성과가 부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상영 대신증권 책임연구원은 “금리 상승 속도는 부담스러우나 이를 상쇄할 만한 강력한 수요가 있다”면서 “상반기에는 코로나19 정상화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리오프닝, 시크리컬 섹터 리츠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코로나19가 시장의 변수로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숙박·리조트, 오피스, 아파트 섹터 리츠주를 추천했다.

김선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리오프닝 기대감으로 호텔 리츠 주가는 반등에 성공했으나, 타 섹터들과 달리 호텔 리츠는 추후 실적 상향 조정 가능성이 높아 이번 달에 계속 주목할 만하다”면서 “특히 비즈니스 출장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도심 내 호텔, 기업 기반 호텔들의 실적 증가폭이 클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국내 기업 공개(IPO)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됐음에도 리츠 상품은 꾸준히 상장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코람코더원리츠가 코스닥시장에 데뷔한 데 이어, 마스턴프리미어리츠도 상반기 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마스턴투자운용은 지난 7일 마스턴프리미어리츠에 대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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